헤매고 헤매도

  나는 헤맨다. 헤맨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볼 수 있다. 가야할 목적지를 잃은 것. 지금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는 것.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어느 방향인지 모르는 것. 길 위를 헤매는 것과 길을 찾아 헤매는 것. 나는 어느 것에 어디에 있는 걸까.  저 모든 것에 해당한다.  도착지가 어딘지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내가 길위에 있는지 길을 벗어난지도 모른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그냥 나는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나는 왜 헤매고 있을까. 헤맨다는 것은 앞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과 같다.  가만히 있으면 헤매지도 않는다.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어떤 완성을 이루고 싶은 걸까 이렇게 계속 헤매다가 결국 다다를 수 있는 걸까 아무것도 모르겠다. 아무리 헤매고 헤매도 나는 또 헤맨다. 답을 알았다고 생각하고도 이내 다시 헤맨다.  내가 결정한 답은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끝까지 걷지 못한다.  걸어야 새로운 길을 만날텐데 자꾸 벗어난다.  나는 헤맨다.  종일 불안해 하며  헤매고 헤맨 채로 나아가지 못하고 결국 같은 곳만 또 서성인다.   

네가 행복하니까 나도 행복하고 싶어

  이유같은 건 필요없다. 그냥 문득 네가 떠오를 때가 있고, 난 그걸 막지 않는다. 너를 열렬히 원하던 그 시절에 비하면  너라는 사람은 현재 나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너라는 향수는 나를 따라다닌다.  그게 썩 나쁘진 않다. 가끔은 어떤 핑계를 만들어 너를 떠올려낸다.  마음의 동요는 없고 그저 그시절의 내가 그립다. 너에 대한 아쉬움보다 나에 대한 그림움이 깊다.  이제 너는 그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하는 존재가 된다. 네가 너무 특별한 사람인 것은 아니다. 그냥 나는 과거의 한 시절을 추억하고,  그 속의 나를 그리워하기 때문에 나를 잃고싶지 않기 때문에  너를 떠올리고 나를 그리워한다.  우연히 본 너의 사진은 참 행복해보였다.  너와 특별하게 쌓은 관계가 없기 때문에  너의 행복이 내게 기쁨이나 슬픔을 주지 않는다. 약간의 상처는 있었지만 세월이 오래 흘러 완전하게 아물었다. 그랬다. 그래도 그시절의 같은 추억을 공유했으니까 네가 행복한 만큼 나도 행복해야 할 것 같았다.  네가 행복하니까 나도 행복하고 싶다. 너의 행복한 모습을 보니까  어쩐지 너무 부러웠다. 나도 충분히 행복해도 될 것 같은데, 너만큼 누려도 될 것 같은데 너는 이렇게 잘 지내는 것 같으니까 나도 너무 잘 지내고 싶다.  그때의 나는 참 사소한 것에 행복하고 사소한 것에 무너지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행복도 절망도 모두 사소하게 오지 않는다.  그래서 감정이라는 게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넌 얼마나 행복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온전한 행복을 느끼고 싶다. 

불안하니까 말을 하고 싶네

아니 원래 오글거리는 생각들 글로 적어서 표현하고 그런 거 좋아하는데 혼자 끄적거리기만 하고 보여줄 순 없으니까 감춰뒀는데, 여기서는 아무도 안 보니까 혼자 떠들어도 될 것 같네. 애초에 이 블로그로 들어오는 방법이 있나? 좋은거 하나 찾았다. 네이버 블로그는 사실 너무 공개적이라 많이 부담스러운데 여기서는 진짜 솔직하게 떠들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지금 사람들이 보고 싶은데 누가 보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고, 내 불안함을 덜어줄 사람이 옆에서 내 얘기좀 들어줬으면 좋겠어. 물론 나는 엄청 비관적이고, 우울하고, 발전없는 얘기만 할 거니까 그런 거 다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근데 그런 사람은 절대 없지. 나도 그건 싫을듯. 음 아마 2~3명은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을까 싶은데, 정말 진지하게 들어줄지 지치지 않고, 질리지 않고 들어줄지는 잘 모르겠네. 인생에서 내 불안함을 들어줄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진짜 성공한 인생일 것 같다. 근데 사실 그전에 내가 불안하지 않은 사람으로 바뀌고 싶긴해. 솔직히 음울한 건 나도 싫어. 우울함이 나한테 힘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 그게 그렇게 긍정적이진 않은 것 같거든.  나를 망쳐놓고 안으로 더 가둬두는 것 같아. 일단 내일은 즐겁게 친구들 만나고, 고민은 잠시 접어둬야지. 방해되지 않게.    

내리막

올라가는 동안 얼마나 바랬던가 이 순간이 지나면 곧 찾아올 안정을 보상처럼 기다리고 바랐다. 숨을 고르는 순간에 비로소 무릎을 굽힐 수 있었다. 이제 쉴 수 있겠구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내가 힘들게 이곳까지 올라온 이유 같았고 보상 같았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저물었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었다. 날 쉬게 해줬던 곳은 위험한 낭떠러지가 되었고 아름다운 풍경은 칠흑같은 어둠에 잠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려가야 했다. 원하지 않아도 그래야만 했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내려가는 건 목표를 향해 오르는 것보다 무섭고 힘들었다. 발밑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불안 오를 때 보다 빠르게 소진되는 체력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는 다리 결국 주저 앉았다. 끝내 내려가지 못하고 어둠 속에 숨을 죽여 조용히 묻혀졌다. - kimwander

나로부터

 낯선 너희들을 위해 내가 먼저 웃어야지 내가 먼저 양보해야지 내가 먼저 베풀어야지 내가 먼저 손 내밀어야지 호의를 보이면서도 오해는 없게 해야지 나로부터 서로의 호감을 만들어야지 너희가 날 좋아할 수 있도록 그렇게 아무리 다짐하고 노력해도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그것마저 나로부터 시작되는 문제겠지 - kimwander

공백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에 서있었다. 그렇게 남겨진 기분은 어떨까 늘 그렇듯이 주먹을 꽉 쥐게 한다. 마음을 덮치는 슬픔에 동요하지 않기 위함이다. 자신의 선택이기도 했지만 강요된 선택이라고 느꼈다. 왜 이곳에 남게 되었는지 그건 모두의 탓이라고 느꼈다. 그는 더 이상 이곳에서 아무런 존재가 아니다. 얹어졌다 사라지는 것에 불과할 뿐 속한 존재는 아니다. 그러니까 그는 그냥 공백과도 같은 것이다. 건너뛰게 되는 텅 빈 곳. - kimwander

지각

학창시절 공부를 못해도 누구나 쉽게 받을 수 있는 상 개근상 나는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인생에서 성실한 순간이 단 1년도 존재하지 않았다. 고작 몇 분씩 늦었던 지각이 쌓여서 이미 내 인생은 한참이나 뒤에 있었다. 참 민망한 삶이다. - kimwa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