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

올라가는 동안 얼마나 바랬던가

이 순간이 지나면 곧 찾아올 안정을

보상처럼 기다리고 바랐다.


숨을 고르는 순간에 비로소 무릎을 굽힐 수 있었다.

이제 쉴 수 있겠구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내가 힘들게 이곳까지 올라온

이유 같았고 보상 같았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저물었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었다.

날 쉬게 해줬던 곳은 위험한 낭떠러지가 되었고

아름다운 풍경은 칠흑같은 어둠에 잠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려가야 했다.

원하지 않아도 그래야만 했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내려가는 건

목표를 향해 오르는 것보다 무섭고 힘들었다.

발밑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불안

오를 때 보다 빠르게 소진되는 체력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는 다리


결국 주저 앉았다.

끝내 내려가지 못하고

어둠 속에 숨을 죽여 조용히 묻혀졌다.



-

kimwa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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