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헤맨다. 헤맨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볼 수 있다. 가야할 목적지를 잃은 것. 지금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는 것.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어느 방향인지 모르는 것. 길 위를 헤매는 것과 길을 찾아 헤매는 것. 나는 어느 것에 어디에 있는 걸까. 저 모든 것에 해당한다. 도착지가 어딘지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내가 길위에 있는지 길을 벗어난지도 모른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그냥 나는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나는 왜 헤매고 있을까. 헤맨다는 것은 앞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과 같다. 가만히 있으면 헤매지도 않는다.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어떤 완성을 이루고 싶은 걸까 이렇게 계속 헤매다가 결국 다다를 수 있는 걸까 아무것도 모르겠다. 아무리 헤매고 헤매도 나는 또 헤맨다. 답을 알았다고 생각하고도 이내 다시 헤맨다. 내가 결정한 답은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끝까지 걷지 못한다. 걸어야 새로운 길을 만날텐데 자꾸 벗어난다. 나는 헤맨다. 종일 불안해 하며 헤매고 헤맨 채로 나아가지 못하고 결국 같은 곳만 또 서성인다.
올라가는 동안 얼마나 바랬던가 이 순간이 지나면 곧 찾아올 안정을 보상처럼 기다리고 바랐다. 숨을 고르는 순간에 비로소 무릎을 굽힐 수 있었다. 이제 쉴 수 있겠구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내가 힘들게 이곳까지 올라온 이유 같았고 보상 같았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저물었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었다. 날 쉬게 해줬던 곳은 위험한 낭떠러지가 되었고 아름다운 풍경은 칠흑같은 어둠에 잠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려가야 했다. 원하지 않아도 그래야만 했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내려가는 건 목표를 향해 오르는 것보다 무섭고 힘들었다. 발밑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불안 오를 때 보다 빠르게 소진되는 체력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는 다리 결국 주저 앉았다. 끝내 내려가지 못하고 어둠 속에 숨을 죽여 조용히 묻혀졌다. - kimwa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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