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배려가 없어. 너 좋은대로만 하면 되니
정말 화가난다. 왜 너는 나를 이렇게 배려없게 대하는지 모르겠네.
네가 올리는 글들에 내가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봤는지.
아니, 안 해봤겠지. 해봤어도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건가? 전혀 괜찮지 않아.
어떻게 이상형을 말하며 그런 사람이 나타나길 바라는 걸 그대로 올릴 수 있지? 나는 처음에 이 제목이 무슨 내용인가 싶었어. 그런데 무슨 너랑 잘 맞는 이상형이라면서 그런 사람을 찾는다고 하더라? 내가 남자친구잖아. 근데 이상형을 찾는다니. 내가 보는 공간에 그런 글을 올리다니.
그래, 사실 여기까지는 내 자격지심 같은 거야. 그냥 장난으로 그런 말 할 수도 있잖아.
그런 것도 못하는 건 너무 하잖아. 그래서 괜한 마음이 드는 나를 달랬어. 속상해 하지 않으려고.
그런데 오늘 네가 쓴 글을 봐. 넌 나를 아주 특별한 친구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거야.
네가 나를 남자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너는 오늘 친한 남자애를 만나면서 그 애가 테스트 결과가 너의 이상형에 해당한다면서 운명이라고 했어. 그게 너무 화가나.
사실 그거 말고도 네가 그 남자애를 만나서 잘 통한다, 대화가 잘된다, 너무 좋다 이런 말을 하는 게 질투났어. 그런데 이상형이라고, 운명이라고, 나한테 세컨드를 찾았다고 하는 건 좀 아니잖아.
이게 무슨 개소리야? 너는 그걸 보는 내가 웃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아닐텐데, 너도 어느 정도는 불안함이 있었겠지? 그래서 처음에는 없던 '세컨드'라는 말을 넣어겠지. 그게 너의 유머인가보네. 진짜 재미없다. 참 기분 더러운 유머다.
그리고 남자애와 같이 할 리스트 만들면서 들떠있는 마음을 표현하게 너무 싫더라.
네가 왜 신난지 알아. 동네 친구 생겼으니까. 그게 너무 신나는거잖아. 그 마음은 이해하는데 적당히 표현해야 하지 않겠냐? 네가 그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가는 걸 내가 보면 되는거야? 아 너 만나기도 싫다.
내가 반대로 했다면 어땠을까? 동네 여자인 친구를 만나면서 너무 좋다, 대화가 너무 잘통한다. 그렇게 말하면 너도 불안하겠지? 그리고 운명이다, 이상형을 찾았다, 너는 세컨드야. 이런 말을 한다면 어떨까? 물론 장난이지. 근데 너무 화가나지 않을까? 분명 너는 엄청 화낼거야. 너도 알고 있어 그건. 나보다 네가 더 잘 알고있어. 내가 그걸 보고 썩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넌 이미 알고 있다고. 근데도 그런 글을 올린 건, 날 기만하는거야.
처음으로 진지하게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하게 됐어. 너랑 싸워서도 아니고, 네가 나한테 어떤 모습을 강요해서도 아니야. 그냥 네가 나를 이렇게 배려없게 대한다는 그 사실에 난 정말 무너진다. 나도 저 남자애랑 다른 게 없겠다, 딱 너의 공간에 좋은 사람에 지나지 않겠구나. 그렇게 느껴지네.
너는 나를 사랑하니? 난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확신이 없다. 나는 저 사람들보다 너한테 그저 아주 많이 친한 친구일 뿐이라는 걸 이젠 알겠어.
어떡해. 나는 이걸 말하지 못하겠지만, 너와 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어. 내가 갑자기 너에 대해 안 좋게 말하고, 나쁜 말을 한다면 넌 당황하겠지만 어쩔 수 없어. 그리고 설명하기도 싫을 것 같아. 어차피 되돌리기 싫으니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거든.
그래 이만 줄일게. 지금 나는 너와의 이별을 떠올렸어. 그래도 우리 서로 참 괜찮게 잘 지낼 것 같아 보였어. 지금 우리가 그런 것 같아.
너 좋은대로 하고 싶은 거, 만나고 싶은 사람 다 만나면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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